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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분석/기업이야기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왜 바이든을 지지하는가

by 투자창고지기 202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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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왜 바이든을 지지하는가
-기업 분할과 증세보다 그들에게 더 중요한 무엇-

미 대선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 중 한가지 일치되는 부분은 바로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할 경우, IT 기업들에 대한 조세 부담 및 거대 IT 기업의 분할 이슈가 가중될 것이다’ 라는 지점이다. 실제로 바이든과 미국 민주당은 IT 플랫폼 기업들의 다양한 조세 회피를 늘 마뜩찮게 바라봐 왔으며, 또한 이러한 조세 회피 및 독과점을 막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 행정부 및 의회 권력을 모두 가져올 절호의 기회인 2020년 대선을 놓치지 않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슈퍼팩’ 의 상위 기부자 목록을 살펴보면 다소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왜 이러한 의사결정을 하는지 살펴보자.

# Joe Biden’s Super Pac Donation List

(1) Donald Sussman(Paloma Partners) : 9M
팔로마 파트너스는 포트폴리오 내 IT 주를 대략 12~15% 가량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주식시장의 거의 모든 Industry 를 큰 쏠림 없이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 (출처 : Whalewisdom & Fintel)

(2) James Simons(Euclidean Capital) : 7M
유클리딘 캐피탈은 미국 내 대표적인 헬스케어 투자 헤지펀드로, Top 10 Holdings 중 5종목이 헬스케어/IT 이며 대개 모션캡쳐 및 원격의료, 서버 스토리지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3) Seth Klarman(The Baupost Group) : 3M
바우포스트 그룹은 석유화학에 약 35% 가량을 투자하는 전형적인 Legacy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공화당 Donor 였으나 현재 IT 비중 역시 약 30% 까지 확대하였으며 세스 클라르만은 2020 대선에서 처음으로 민주당을 지지하였다.

(4) Micheal Moritz(Seqouia Capital) : 2.5M
세쿼이아 캐피탈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 유수의 벤처캐피탈로, 야후 및 애플과 구글 등 주요 기술주에 큰 규모의 투자를 제공하여 Exit에 성공한 사실로도 유명하다. 물론 여전히 세쿼이아의 Chiffonier 에는 전세계 기술주들의 피치덱으로 가득 차 있다.

(5) Employees of Big Tech Firms : 1.5M
미국 IT 기업 노동자들의 민주당 지지 성향은 2020 대선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4개 기업에서만 지난 9월 말 기준 약 150만 달러(약 16억원)의 기부금이 몰렸으며 이는 지난 7월 45만 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실제로 이들은 민주당 경선 당시 샌더스 진영에도 약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6) Reid Hoffman(Greyrock Partners) : 0.5M
리드 호프먼은 링크드인의 창업자이며 현재 벤처캐피탈 회사인 그레이록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이외에도 바이든 진영의 슈퍼팩은 주로 헬스케어, 실리콘밸리의 기술 관련 기업, 교육 관련 기업, 월스트리트의 후원금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Pro-Trump 진영의 슈퍼팩은 주로 부동산 기업들로 이뤄져 있는데, 의외로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CEO인 스테판 슈워츠먼이 트럼프 진영에 300만 달러를 기부하였으나 블랙스톤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부동산 제국을 구축했기 때문에 주식 포트폴리오의 특성과는 거리가 먼 이해관계를 보유하고 있다.

* 블랙스톤은 본디 부실기업 인수 후 구조조정을 통해 되파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경영참여형 투자 양태를 유지해 왔다.

사실 바이든의 경우 IT 기업의 분할 이슈에 대해서는 샌더스보다 다소 온건한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나, 기본적으로 페이갭(경영진과 노동자의 임금 격차)의 축소 등에 부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재무적 관점에서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왜 바이든을 지지하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바이든은 ‘예측 가능한’ 대통령이라는 믿음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가장 큰 단점은 그의 거친 말투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성향도 아닌 그의 일거수 일투족 모두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성향은 오라클의 뜬금 없는 틱톡 인수 뉴스에서도 크게 드러났다.) 기업의 경영 과정에서 미래의 예측은 필수적인데, 지금까지의 미국 대통령들은 일정한 상궤에서 벗어난 행동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행정명령의 남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본인의 성향에 따라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대통령이라는 점이 문제이다. 때문에 실리콘밸리와 월가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비용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증세와 기업 분할을 택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업 분할과 증세 역시 자신들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의 씽크탱크 그룹이 바로 실리콘밸리와 월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든의 씽크탱크에는 최소 수십 명 이상의 실리콘밸리 인력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들은 당연히 백악관의 요직이나 정부와 선이 닿는 로비스트로 전직하여 정부의 정책을 얼마든지 간섭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미래는 가능성일 뿐이지만 실제로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가이드라인’ 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러므로, 바이든의 당선이 미국 거대 테크 기업들에게 악영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면이 있다. 그들은 세금을 더 납부하고 최악의 경우 회사를 조각조각 나누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정부를 선호한다. 이러한 면 때문에 미국의 진보층에서는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어차피 기득권들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차츰 퍼지고 있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지지받지 못한 주요 사유와 상당히 일치한다. 미국의 정치는 고장났고, 결국 그 해법은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에서는 도출될 수 없다는 것이 트럼프를 탄생시켰으나, 결국 트럼프마저도 변변찮은 모습만 보여주자 결국 공화당 지지층은 트럼프의 실적보다 그의 성향에 과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가 밝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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